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향해 ‘수박’이라고 부르며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며 “대의민주주의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오는 29일로 임기를 마치는 김 의장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의 자성과 협치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박물관에서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 131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연찬회에서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비난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박’은 민주당 친명계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정치인을 비하해 부르는 멸칭이다. 김 의장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 속에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가 생겼고, 이에 따라 나쁜 폐해도 생겨났다”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여야 모두를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여권에는 대통령만 보인다. 아무도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바보 같은, 졸병 같은 모습” 이라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대안은 제1야당인데 당내 민주주의를 찾을 수 없다. 항상 당 대표와 지도부의 지시와 결정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공방이 끝나면 ‘저 사람은 참 훌륭하다’고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정치인에게 자꾸 ‘수박’이라고 한다”며 “무엇이 올바른 정치인지 잘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의 여야 합의 처리도 촉구하며 “지금부터 다시 협의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당선인들을 향해 “22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자” 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절대 정당의 당원으로 선출된 게 아니다. 헌법 기관으로 선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