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배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다. 나무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버리는 이 병은 현재 치료제가 없어 올해도 사과 생산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충청북도에 따르면 충주시와 괴산군·음성군 내 과수원 총 4곳에서 과수화상병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4곳의 피해 규모는 7.2㏊ 수준이다. 앞서 농촌진흥청이 공식 집계한 전국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는 18일 기준 총 20곳, 발생 면적이 13.9㏊였는데 피해 규모가 21㏊를 넘긴 것이다. 올해 첫 발생(13일) 후 1주일 만에 과수화상병 피해 면적이 지난해 전체(111.8㏊)의 약 20%에 달한다.
과수화상병은 5~6월 개화기와 생육기에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2015년께 처음 발병한 후 2020년 역대 최대 규모(394.4㏊)로 발생했다가 지난해까지 매년 감소해왔다. 아직 치료제가 없어 정부는 과수화상병 발생 시 주변 나무까지 매몰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겨울 기온이 높았던 탓에 화상병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이 크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겨울 평균기온이 2.4도를 기록하며 소멸한 세균 수가 예년보다 적어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 관계자는 “첫 발생 시기는 지난해보다 5일 늦었지만 피해 면적은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우량도 변수다. 비오는 날이 증가하면 바이러스가 추가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 불안 요인이 조금 더 많다”며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하며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수화상병이 확산할 경우 불안한 과일 가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사과값이 급등한 데도 지난해 과수화상병 영향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사과·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재배 면적의 10% 이상이 발생하면 과원을 폐원하는 등 신속한 방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