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26주만에 상승 전환한 가운데 서울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도 하락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 매수세가 구축으로도 이어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에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본격적인 상승이 아닌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전주보다 아파트값이 보합 또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일하게 약세를 보였던 노원구(0.00%), 도봉구(0.00%), 강북구(0.01%)가 하락세를 멈추면서다. 상승 폭은 성동구(0.19%)가 가장 높았고 이어 서대문·마포구(0.09%), 송파·종로구(0.08%) 등의 순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단지 위주로 상승거래가 발생하고, 매물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역 및 단지별로 혼조세를 보이며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90.5로 2022년 4월(90.8) 이후 약 2년 만에 90대를 돌파했다. 이 지수가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개별단지를 살펴보면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31㎡는 이달 7일 5억 15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는 최근 3년간 역대 최저가인 지난해 12월(4억 5000만 원)보다 65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지난해 말 시공사와의 계약을 취소하며 재건축 시계가 멈춘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노원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며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 전용 68㎡는 지난달 6억 5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호재를 기다리는 신혼부부들이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활용해 매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11일 24억 7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1월 가까운 동이 22억 90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약 4개월 만에 1억 8000만 원 오른 것이다. 이밖에 마포구 ‘마포그랑자이’ 전용 59㎡도 실거래가가 지난 3월 14억 5000만 원에서 이달 14억 9000만 원으로 2개월 만에 4000만 원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한 건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까지 53주 연속 상승했다.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해 1월 9억 원에서 이달 11억 7500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 외 수도권 및 지방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인천 아파트값은 이번 주 상승 폭이 0.08%로 전주(0.02%)보다 대폭 커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0.12%) 등이 집값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1기 신도시인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안양 동안구(0.20%)와 수원 영통구(0.09%) 등이 상승을 견인하며 하락 폭이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1%로 좁혀졌다.
지방에서는 5대 광역시가 0.03% 하락했으나 전주(-0.05%)보다는 낙폭을 줄였다. 8개도는 0.03%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강원(0.09%)이 지난주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고, 충남(-0.02%→0.09%), 전북(-0.01%→0.06%), 충북(-0.02%→0.05%) 등도 상승 전환했다. 전남(-0.05%→0.00%)과 경남(-0.05%→-0.02%)은 보합 전환하거나 하락 폭을 줄였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아이파크’ 전용 85㎡는 이달 7억 5500만 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2021년 5월(6억 5000만 원)보다 1억 원 오른 금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국 아파트값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본격적인 가격 상승기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투자 목적의 수요가 확대돼야 하는데, 고금리에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지방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매매 시장에 온기가 돌기보다는 주요 입지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