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예산 '0원'…각출 나선 예술인들

정부 지원금 위주로 축제 꾸려오던 예술인들

예산 줄면서 지정 사업 공모 변경에 예산 '0원' 신세

정부 지원 사라진 자리에 기업 모시기도 어려워

세액 공제 비율 60% 달하는 프랑스 사례 등 참고해야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신선섭(가운데) 조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신선섭(가운데) 조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체별로 돈을 내 사비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신선섭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자 간담회. ‘각자도생’ 등의 단어들이 등장한 이날 간담회는 비장미와 침통함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최대 오페라 축제가 시작도 전에 기운이 빠진 이유는 예산 ‘0원’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장르 대표 지원사업으로 지정돼 해마다 4억 5000만 원을 받았으나 공모사업 대상으로 바뀌면서 올해 창작 부문 공모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이 날아가면서 주축이던 국립오페라단도 빠졌다. 오페라 축제만의 일은 아니고 내년에는 다른 축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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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문화·예술 예산은 1.9% 줄이고 콘텐츠와 관광 부문은 각각 10.7% 늘렸다. 주력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오페라 페스티벌 원년 멤버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 축제가 중단되지 않도록 애써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페라단들은 올해는 버티더라도 앞으로 공모사업에 탈락할 경우 앞날이 캄캄하다. 정책 방향은 해마다,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예술계의 탄탄한 인프라를 형성하는 주요 축제가 공모 선정 여부에 따라 어떤 해는 예산이 채워지고 어떤 해에는 0원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행사들의 ‘지속 가능성’이 위태로운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단체들은 먼저 기업을 찾았다. 하지만 기업들도 기부금 세액공제 한도를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기업들은 문화단체에 기부할 경우 법인세의 10%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인이 턱없이 적다는 게 속마음이다. 한 예술인 관계자는 “정부가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 방안에는 고민이 부족하다”며 “최대 60%에 달하는 세액공제로 기부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프랑스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문화 인프라 명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정부 지원금 의존도를 줄이고 통로를 다양화해 숨구멍을 열어줘야 한다. 세액공제 방향을 1도만 변경해도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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