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검사는 수사로 말해야 한다  

검찰총장 김여사 '엄정수사' 지시 후

수사 지휘라인 교체 전격 인사 단행

檢, 文 전 대통령 가족 수사도 속도

‘내편·네편’ 없는 수사로 진실 밝혀야





요즘 검찰 고위층들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검찰 수뇌부는 ‘법과 원칙’ ‘공정한 수사’ 등을 잇달아 말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말만 듣고 앞으로 검찰에서 벌어질 일을 예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검찰을 뒤흔든 논란의 발단은 이달 7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엄정 수사’ 지시였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불과 6일 만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를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는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다. 검찰 고위직 인사가 나기 6일 전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낸 ‘인사·기획통’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했다. 이런 일들이 서로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가 김 여사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했고 박 장관도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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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역시 문재인 정부 검찰이 탈탈 털고도 기소조차 못 한 사건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과 철저한 수사는 별개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뒤 현재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10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조 대표에게는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면서 김 여사 수사에서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검찰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순간 검찰의 중립성은 땅에 떨어진다. 더구나 검찰은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전주지검장 시절 지휘한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있는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 의혹과 함께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건희 여사 수사는 뭉개면서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와 부인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이면 검찰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의혹이 발생하면 똑같은 강도로 수사해야 한다. 그래야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 하이에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조만간 검찰 후속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 인사와 형사1부장·반부패수사2부장 교체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이 김 여사 수사에서 어떤 조사 방식을 택할지도 관심사다. 선택지는 김 여사 소환 조사와 방문 조사, 서면 조사 세 가지다. 애초 검찰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소환 조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국민들은 검찰 후속 인사와 김 여사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검찰의 진정성을 판단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고 대통령까지 됐다. 김 여사 수사는 검찰이 사람에 충성하는지, 국민에 충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새로 임명된 검찰 고위직들이 연일 ‘공정한 수사’를 다짐하지만 듣기 좋은 말일 뿐이다. 검사는 수사로 말하고 수사 결과로 평가받으면 된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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