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기술특례상장 현미경 심사…당국 "월별 추정실적 내라" [시그널]

[금융당국 '현미경 심사']

좀비기업 양산 우려 높아지자

시나리오별 예측 실적도 적시

1분기 매출 추가 반영 요구도

HVM 등 수요예측 일정 연기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월 단위 추정 실적 및 근거, 사업 전망 시나리오별 추정 실적까지 보다 자세한 정보를 기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기술특례 전형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실적 미달 문제로 좀비기업 양산 우려가 높아지자 뒤늦게 투자자 보호에 나선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본지 5월 18일자 1·3면 참조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부 미용의료기기 제조업체 라메디텍은 지난 21일 추정 순이익 산정 방식과 관련해 매출액 세부 추정 근거 등을 보완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지난해 83억 원의 순손실을 낸 라메디텍은 2026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 76억 원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기업가치를 제시했는데 실적 추정 근거를 더 자세하게 공개하라는 금감원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금감원은 IPO 기업에 공개적인 정정 요청을 하기보다 상장 주관사단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이러한 의견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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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디텍은 레이저미용기기·레이저피부치료기·레이저채혈기 등 주요 제품별로 유효한 공급 계약의 현황, 최소 구매 수량이 포함된 계약 수, 구매자와의 계약 만료 시점 등의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또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매출채권 회수 현황도 새로 제시했는데, 이에 따라 매출채권 회수기간이 2021년 28.5일에서 올 1분기 59.3일로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라메디텍은 매출체권 회전율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과거 일시적으로 보고기간 말에 거래처 채권 회수가 완료돼 상대적으로 회전율이 높게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성 특례로 코스닥 IPO를 진행하고 있는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하스는 지난달 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오는 2026년까지의 추정 실적을 ‘베스트’, ‘노말’, ‘워스트’ 등 시나리오별로 제시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 사용된 베스트 시나리오는 신제품 매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기존 제품의 매출 성장률이 과거의 80% 수준으 가정했다. 반면, 신제품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기존 매출 성장률도 시장 평균 성장률에 그치는 워스트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에 순적자 20억 원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시나리오별 추정 매출을 요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라메디텍도 최초 신고서 때부터 낙관적, 중립적, 보수적으로 나눈 시나리오별 매출 추정치를 밝혔다.

5월이 지나면서 1분기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반영하라는 요청을 받은 기업들도 다수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이날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신고서 정정을 위해 일정을 연기한다고 기관투자가들에게 전달했다. 변경된 수요예측 일정은 다음 달 11일부터 5영업일이다. 첨단 금속 제조업체 HVM도 22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던 수요예측을 같은 이유로 다음 달로 미뤘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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