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십 년간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제조업 강자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뒤늦게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유럽 등이 전기차·배터리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제조업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했으나 지난해 들어서는 75%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차 부문에서 중국이 확보한 시장 지배력이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라 화학·철강·배터리·전자 등 후방 산업에 대한 선행 투자가 있었고 철도·항만·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 투자 역시 함께 수행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압도적인 규모의 산업 지원이 이를 뒷받침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17∼2019년 중국의 산업 지원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7%로 다른 나라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 같은 성공은 정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경제 이데올로기를 미국 등 서방국들이 버리게 된 주된 배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은 광범위한 산업 지원 정책과 조율된 전략이 오랜 기간 부재했다”며 “민주당조차 정부가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을 꺼렸고 이는 장기적인 결과 측면에서 명백히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의 과잉생산으로 각국과 무역 마찰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지원을 강화하는 ‘중국판 마셜플랜’ 도입 주장도 나왔다. 마셜플랜이란 미국이 제2차 대전 후 폐허가 된 서유럽 동맹국들의 재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대외 원조를 펼쳤던 것을 말한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의 황이핑 위원은 “개도국으로서는 대외 원조를 받아 좋고 이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어 좋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차,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개도국에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