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 차라니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수석개발자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서경우주포럼에서 ‘나사의 항공우주 개발과 미래 현황’에 대해 설명하자 110여 명의 청중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포럼장은 금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찍는 휴대폰 카메라 셔터음으로 가득 찼다. ‘서울포럼 2024’ 첫째 날 특별 포럼으로 마련된 ‘서경우주포럼’의 한 장면이다. 국방부와 각국 대사관 등에서 온 국내외 내빈들이 열정적으로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등 강의 시작 전 오찬에서부터 시작된 정보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의 장은 행사 종료 때까지 이어졌다.
민성희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여러 산업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했던 연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현업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임기서 한국직업개발원 기업부설연구소장은 “우주항공 산업 등 첨단기술 산업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누구도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본다”며 “오늘 포럼을 계기로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포럼이 국내외와 민관을 아우르는 과학기술계의 권위 있는 행사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내 최초 민간 로켓 발사 기업인 이노스페이스의 윈 마샬 브론즈월 해외사업본부 총괄 이사는 “우주항공청(KASA)이 어떻게 기업에 영향을 줄지 궁금해 참석했다”며 “오늘 다양한 정부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KASA 개청으로 체계적인 허가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호응했다.
또 다른 특별 포럼인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포럼이 열린 에메랄드홀 앞에는 인공지능(AI)과 협업해 예술품을 제작하는 노상호 작가의 작품이 세 점 걸려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AI의 오류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활동을 하는 30대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이 더해지면서 자칫 딱딱할 수 있던 포럼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과 김성근 포항공대 총장, 낸시 입 홍콩과학기술대 총장 등 아시아 유수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대표하는 얼굴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기술 패권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기술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총장들을 향해 열띤 질문을 던져 행사 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길어지기도 했다. 외국에서 35년째 후배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는 한 학자가 “인문학적 교육을 과학기술에 융합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자 김 총장은 “한국과 일본은 문·이과를 나누는 오랜 관습을 갖고 있지만 세계적 석학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도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과학 인재를 키울 수 있는데 교육 제도가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온 한 교수가 “기초과학에 대한 자율성에 앞서 대학 자체의 자유가 앞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면 좋은 지원이 따라오고 이는 곧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김나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행정원은 “비슷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여러 기술대학들의 대학 운영 철학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포럼장은 공식 행사를 약 30분 앞두고 참석 인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본 포럼장에 10인용 테이블이 약 50개 배치되는 등 500석 이상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많은 청중이 몰려 일부 인원은 서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은 포럼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강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와 정부 부처, 학계, 업계 등 국내외 기술 패권 관련 전문가들을 총망라한 서울포럼 참석자 규모는 양일간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