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지율 열세에 "감세·의무복무"…미·영·일, 선거 앞두고 다급한 승부수

■日 자민당 총재선거 앞둔 기시다

脫디플레 노리려 정액감세 서둘러

복잡한 제도·짧은 준비에 일선혼란

■英 조기 총선 선언 수낵

의무복무제 60년만에 부활 공약

여야 불문 "선거 기회주의 발상"

■美 대선 리턴매치 바이든

청년층·유색인종 겨냥 학자금 탕감

비상상황 아닌데 비축유 대거 방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이 올 하반기 명운을 건 선거를 치르는 가운데 지지율 열세를 타개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다만 지속 가능성 없는 섣부른 정책들이 외려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지율 반전 카드로 추진한 정액 감세가 다음 달 본격 시작된다. 감세는 6월부터 납세자와 부양가족 1인당 소득세 3만 엔과 주민세 1만 엔 등 총 4만 엔(약 34만 7000원)씩 세금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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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금액 이상의 고소득자는 제외되고 저소득으로 납세액이 적은 경우에는 감세분에서의 차액을 1만 엔 단위로 지급한다. 회사원은 감세 여부를 다음 달 이후 받을 급여 명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시다 정부는 지난해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의 하나로 감세 카드를 꺼냈고 올해 3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을 확정했다. 문제는 6월 여름 보너스 시기에 맞추려 시행을 서두르느라 현장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원천 징수와 관련 있는 세제 개편은 기업을 배려해 준비 기간을 둬야 하지만 정부는 여름 보너스 시기에 실수령액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기 위해 시행을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짧은 준비 기간, 복잡한 제도 설계로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감세를 통해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활성화하고 경기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리는 효과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다. 그러나 정부 기대만큼 감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당장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사용분부터 지급해 온 가정용 전기와 도시가스 보조금을 다음 달 사용분부터 폐지할 방침이라 감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물가 상승이 워낙 가팔라 실질임금이 24개월 연속 마이너스라는 점도 문제다. 오사나이 사토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실질임금이 부진하면 개인소비가 약화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하기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7월 4일 조기 총선을 선언한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연일 공격적인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율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달 22일 집권 보수당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처지는 상황에서 당초 가을께로 예상됐던 총선을 7월 치르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30일(현지 시간) 영국 의회가 해산하며 본격 선거 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수낵 총리는 최근 60여 년 전 폐지된 의무 복무제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8세를 대상으로 12개월간 정규군 복무를 하거나 한 달에 한 번씩 주말마다 지역사회에서 봉사하는 방식이다. 보수당은 2025년 9월부터 시범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세부적인 내용은 정부 자문위원회 격인 왕립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25억 파운드(약 4조 3600억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수당의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경제와 함께 안보를 지킬 적임자임을 내세우려는 것이지만 공약 발표와 동시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앨런 웨스트 제독은 “국방예산을 고갈시킬 정신 나간 계획”이라고 날을 세웠고 영국군 참모총장을 지낸 리처드 다낫은 “선거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11월 대선에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을 6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지지율은 재임 중 최저(36%)에 머물러 있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선 승부를 가를 경합주를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면 바이든은 고물가에 따른 경제 문제와 중동 정책에 지지층 내부가 분열하는 양상이다. 이에 꺼내 든 것 중 하나가 학자금대출 탕감이다. 2022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4300억 달러 규모의 학자금대출 탕감 정책이 연방 대법원 판결로 좌절되자 지난달 8일 대안 성격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의해 400만 명 이상이 대출 탕감을 받고 누적 23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백악관은 추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대출 탕감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대출금이 많은 20·30대 등 젊은 유권자, 그리고 유색인종을 겨냥했다. 4년 전 대선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유권자 집단이다. 표심을 노린 또 다른 정책은 비축유 방출이다. 미 에너지부는 21일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1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휘발유 값이 갤런당 평균 3.5~3.6달러 수준의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통령의 인기 하락이 주유소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는 관리들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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