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고]한일중 3국 정상회의 다시 보기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한국이 주최한 제9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3자 회담 및 한·중, 한·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27일 폐막했다. 3국 유일의 국가정상급 연례회의로 4년 5개월 만에 재개된 이 회의는 정상·장관급 회의 정례화와 다양한 협력사업 활성화를 담은 38개 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비록 공동성명은 아니지만, 3국 협력의 당위성과 한반도 문제를 각국의 주장과 의지를 피력하는 공동선언 형식으로 공식 외교 문서에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한일 공조를 의식해 회담 참여에 소극적이던 중국을 한국이 설득하고, 3국 회담의 정례화 합의 도출을 통해 협력 복원의 기틀을 다진 것은 큰 성과다. 이로써 한국은 서울에 설치된 3국 협력 사무국(TCS)을 활용해 향후 협력을 주도할 분위기도 조성했다.

사실 3국의 정책 우선 순위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은 북핵으로부터의 위협 타개를 위한 지역 협력이 최우선이며,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국의 대미 경사 및 한미일 3각 공조 저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의 적극 참여를 통해 대중 견제 및 북핵 위협과 납북자 문제 등에 주목한다. 여기에 과거사 문제 및 영토분쟁, 국민감정 악화, 미·중 경쟁 심화 등 갈등 요소가 부상하면 구심점을 잃고 표류가 불가피한 선천적 약점도 있다.



이러한 각국의 인식과 전략은 상호 협력 확대의 최대 도전 요인이다. 결국 새로운 관리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며, 그 첫 단계가 공동선언이다. 3국은 인적교류 확대와 기후 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 가능 발전, 경제·통상 및 보건·고령화 대책, 과학기술·디지털 전환 및 재난 구호·안전 등 초 국경적 의제를 망라한 호혜적 협력사업 발굴에 합의했다. 이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공조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중국과 한일이 3국 협력에 지속적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또 한중 양국도 양자 회담을 통해 경색 국면 타개에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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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총리가 참석하지만, 중국은 2인자인 국무원 총리가 참석하기 때문에 최고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어 정상회담의 장점이 퇴색하는 면이 있다. 3국이 최고위급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유일한 다자회의임에도 정치적이고 거시적인 합의 도출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격(格)이 맞지 않아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3국 협력의 정신이 폄훼돼서는 안 된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문구에 동조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면서 성과없는 회담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바로 북한 비핵화였고, 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 자산 전개를 포함해 한반도 내 핵 불용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 변화 및 북한의 준동에 부담을 느끼는 중국과 ‘비핵화’라는 용어를 공식 문서에 기술한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일견 중국 입장에 동조한 것같지만, 이는 핵 개발을 하지 않는 한국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이 제한된 범위나마 한국의 ‘북한 비핵화’ 설득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 표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3국 공동선언 공개 두 시간 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 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된 것으로, 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라면서 반발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한일중 3자 합의로 인식한다는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문화 및 법률 시장 확대와 관련된 한중 자유무역지대(FTA) 2단계 협상 재개에도 부정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는 협상 재개를 위해 한한령(限韓令)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정비가 선행돼야 하므로 우리 기업 활동 활성화 등에 일련의 효과가 기대된다. 소원했던 한·중이 고위급 외교 안보 대화 신설과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투자협력위원회 재개 합의 등 다각도의 소통 창구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3자 및 양자 협력 복원 추세를 여하히 실천해 낼 것인가에 있다. 정상회의 복원으로 외교적 해결 방도는 많아지겠지만, 부속 실무협의가 내실있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노력으로 어렵게 확보한 외교적 공간이니만큼 상대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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