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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예술에 심취한 독재자의 욕망…파괴와 인종청소 비극의 이유

■히틀러와 미학의 힘(프레더릭 스팟츠 지음, 생각의힘 펴냄)

사진 제공=생각의힘사진 제공=생각의힘




아돌프 히틀러가 고향인 린츠의 도시 모형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린츠 중심지에 세울 종탑이 너무 높지 않은지 걱정하던 그는 종탑을 이곳저곳에 만들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죽음과 독일제국의 패망을 겨우 3개월 앞둔 1945년 2월 13일 베를린의 제국총리공관 지하벙커에서의 일이다. 소련군이 베를린에서 150㎞ 거리까지 접근했지만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무슨 건물을 지을지에 있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히틀러와 미학의 힘-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종학살을 자행한 나치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를 문화예술적 차원에서 바라본다. 책에서 히틀러는 단순한 악의 아이콘이 아니라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정치가로 재조명된다. 저자는 “독자들은 예술에 심취한 히틀러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비로소 역사적 비극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존경을 얻고,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기념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히틀러는 ‘미학’을 활용하고 자신의 통치를 문화적 차원에서 정당화했다. 그는 진짜 문화 예술의 가치를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파괴와 인종 청소는 새로운 건설로 가기 위한 길이었다. 그에게 예술은 권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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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앞의 이야기처럼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히틀러의 기록을 모았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대거 등장한다. 예술이 독재자에게 어떻게 아우라를 씌울 수 있는지, 독재자가 예술에 심취했을 때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독일 제3제국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문화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다만 여기서 ‘문화 국가’의 정의는 그가 설정하는 것이다. 히틀러는 나치즘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예술과 문화를 철저히 통제하려 했다. 특히 모더니즘 예술을 독일 문화의 타락으로 보았으며 이것이 유대인의 영향 아래 있다고 강변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자 문화 역사가인 프레더릭 스팟츠가 쓴 이 책은 히틀러의 예술가적 측면이 정치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한다. 20년 넘게 미국 국무부에 몸담으며 유럽 주요 도시에서 근무, 유럽 정치와 문화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온 저자의 필력이 빛을 발한다. 3만 3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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