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일 ‘톈안먼(천안문) 사태’ 35주년을 앞두고 경계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톈안먼 주변 지하철역 출입구를 폐쇄하고 홍콩에서의 집회·시위도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대학생을 비롯한 시민 수만 명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정치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자 중국은 군부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3일 광명일보에 따르면 베이징 지하철은 2일 첫 열차부터 5일 막차까지 1호선 팔통선 천안문 동역 D출구가 임시 폐쇄된 상태로 운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폐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6·4 톈안먼 사태 35주년을 전후로 집회나 시위가 열릴 것을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올해는 35주년으로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아 혹시 모를 기념 행사나 기습 시위 등을 대비해 감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톈안먼 광장 인근 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역에서는 최근 불심검문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부쩍 늘었다. 중국에서 톈안먼 사태는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으며 바이두 등 포털사이트와 주요 SNS에서도 검색하면 “결과가 없다”는 메시지만 뜬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매년 홍콩에서 열리던 톈안먼 사태 기념행사도 열리기 힘들 전망이다. 최근 통과된 국가보안법 등의 영향이다. SCMP에 따르면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레지나 입 의장은 “(국가보안법이 금지하는) ‘불만 조장’과 ‘선동 의도를 가진 행동’은 모두 체제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관련 있다”며 “만약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국가나 홍콩에 설치된 기관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킬 의도없이 어느 날짜든 기념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톈안먼 사건 35주년을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은 사실상 공개 추모 행사를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콩에선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수만 명이 모인 톈안먼 사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이유로 관련 행사는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와 불심검문 속에 일부 시민과 활동가들이 희생자 추모 행사를 벌이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올해 국가보안법 체계를 완성한 홍콩 당국은 6월 4일을 앞두고 고삐를 바짝 죄며 행사 자체를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톈안먼 사태 무력 진압 당시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세계로부터 고립됐으나 지금은 쳬계적이고, 점진적이며, 장기적인 고립을 받고 있어 중국은 역사 이래 가장 소외됐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망에서 분리시키려는 서방의 견제,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강회된 내부 통제 등도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감도를 낮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