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청론직설] “생성형 AI 美·中 주도…韓 ‘행동형 AI’ 과감히 투자하면 기회 있어”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

AI, 제조·생활·의료·교육·국방 등 모든 분야 게임체인저  

美·中  선두 경쟁 치열, 한국·프랑스·영국·독일 등 추격

챗GPT 같은 생성형 AI ‘쩐의 전쟁’ 돼 따라가기 힘들어

로봇 등 행동형AI 시작 단계, 총력전 펴면 주도권 가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동형 AI’에 대한 과감한 투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권욱 기자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행동형 AI’에 대한 과감한 투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권욱 기자




AI-X라 불릴 정도로 인공지능(AI)은 제조·생활·의료·교육·법률·국방 등 모든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AI 분야에서는 단연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다. 중국도 막대한 자본 투자와 인력 양성,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AI 굴기’에 나서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한국·프랑스·영국·독일 등이 추격하는 형국이지만 미중과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중국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AI 투자 규모가 커 생성형 AI에서 훌쩍 앞서 있다”며 “하지만 로봇 등 행동형 AI에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과감히 투자하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AI 연구·산업 수준을 볼 때 우리가 주도하는 연구 분야가 눈에 띄지 않지만 산·학·연·정이 합심해 선도 기업과 인재들을 키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어디를 가나 ‘AI, AI’라고 하는데 왜 그렇다고 보는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AI이다. 결국 ‘내 직업은 어떻게 될까’ 하며 AI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챗GPT는 기계가 사람의 언어를 공부해 답변하고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준다. AI는 제조, 유통·서비스, 교육, 의료, 법률,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AI가 ‘판단형’에서 ‘생성형’으로 급속히 진화했다.

△2016년 봄 우리 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바둑 AI인 ‘알파고’처럼 분석을 잘하는 ‘판단형 AI’가 있다.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불량품인지 등을 판단한다. 그 다음이 지금 인기가 많은 ‘생성형 AI’이다. 빅데이터를 학습해 글을 쓰고 그림과 영상도 만든다. 생성형 AI에서는 딥페이크(가짜 이미지 합성 기술) 우려도 크지 않은가. 앞으로 많은 정보를 추론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단계로 가면 충격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이 생성형 AI에서 놀라운 내용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소외감이 느껴지는데.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규모의 경제에 들어가 자본 싸움에 좌우된다. 우리나라가 선도할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크다. 생성형 AI는 산업과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혁신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팔짱을 끼고 미소를 띄고 있다. 권욱 기자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팔짱을 끼고 미소를 띄고 있다. 권욱 기자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행동형 AI’도 뜨고 있다.

△생성형 AI에서 네이버·LG 등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데이터·자본력·인력 면에서 차이가 크다. 이제는 행동형 AI를 주도하기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 행동형 AI는 우리가 치고 나가면 앞설 수 있다. 생성형 AI가 화이트칼라의 일을 잘한다면 행동형 AI는 블루칼라의 일도 잘하는 등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지금도 물류·제조 현장에서 로봇 활용이 늘고 있다. 인식하고 생성하고 표정 짓고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사람처럼 가사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나올 것이다.

-장 원장의 개인적인 꿈이 휴머노이드 AI 개발 아닌가.

△인간 수준의 AI, 즉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신체를 가지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AI를 개발하는 게 꿈이다. 이미 지각·행동·학습을 끊임없이 하는 시스템인 ULM(Universal Learning Machine) 개념을 확립했다.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구현해 AGI를 성취하고자 한다.

-AGI는 언제쯤 실현될 수 있고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텍스트·이미지·소리 등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AGI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AGI는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지적인 작업을 사람처럼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처럼 외부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지식을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는 행동형 AI 기술이 요구된다. AGI에 도달하려면 다양한 감각기를 가지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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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동형 AI에서 앞서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행동형 AI는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분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도 최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비록 미국과 중국이 벌써 큰 투자를 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도 빨리 투자하면 늦지 않다. 행동형 AI는 로봇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문 인력과 산업구조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인력·투자 규모가 미중에 비해 훨씬 적다. 과감한 투자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나 가전제품 분야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있으므로 행동형 AI 기술을 접목하면 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



-행동형 AI 전쟁도 결국 자본 싸움 아닌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행동형 AI에 수조 원씩 투자하지만 출발점은 비슷하다. 우리도 늦은 것이 아니다. 삼성·현대차·LG·SK 등이 투자할 수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데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AI는 움직이며 일하는 로봇과 같은 동적인 환경에서는 지각·사고·행동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AI가 몸을 가지고 물리적인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더 필요하다.

-세계 AI 순위를 꼽는다면.

△미국 1위, 중국 2위는 명확하다.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산업화도 잘하고 논문의 질도 좋다. 영국도 우리보다 조금 앞서 있다. 반면 우리는 일본보다는 앞서 있고 독일과 엇비슷하다. 독일도 AI 연구센터를 많이 짓고 AI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AI에서 뒤지면 로봇·드론·자율주행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AI 발전을 위한 우리의 과제는.

△AI를 발전시키려면 고급 융합 인재 육성과 과감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함께 대규모 데이터와 초거대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긴요하다. 부처 간 칸막이, 즉 사일로 현상을 무너뜨리고 범부처 R&D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유니콘 기업을 많이 키워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AI 신경망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캐나다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등에게 꾸준히 투자해 혁신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학계에 대한 기업의 과감한 투자도 요구된다. 미국 MIT·스탠퍼드대·워싱턴대 등의 AI 연구소를 보면 기업들이 대규모로 지원했다. 그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결국 회사로 가서 다음 세대의 새로운 것들을 일구게 된다. 너무 유행만 좇지 말고 진득하게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 4월 2030년 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는데.

△정부와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고급 인재 양성에 힘쓴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과거 인터넷이 활성화될 때 김대중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정보기술(IT) 선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AI 분야에서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연구자로서 AI 연구를 위해 빅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은 일단 쓰고 사건이 생기면 규제한다. 중국은 그냥 지른다. 바이두·텐센트 등 AI 빅테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규제해 실험하기 힘들다. 자율주행의 경우 미중은 실험하다가 사고가 나면 멈추라고 하지만 우리는 미리부터 규제한다. AI가 모든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전통을 고집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22대 국회에서는 미래 지향적 논의를 거쳐 AI기본법도 통과시켜야 한다. 독일 등 유럽과도 국제 R&D 협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에서 전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족해 연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연구자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전기·GPU 부족으로 애로가 크지만 해외 대학 연구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AI 딥러닝이 시작된 시점이 2012년쯤인데 최근 3~4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AI 연구자들이 태부족이다. 그래도 저는 복 받은 사람이다. 오랜 ‘AI의 겨울’을 헤치고 ‘AI의 여름’을 목도하고 있다. ‘AI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지금 제자들은 20여년 전의 제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물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우를 훨씬 잘해주는 바람에 인재 유출도 많지만 우리나라 AI 수준이 논문 수 등으로 볼 때 상당히 상승했다. 다만 글로벌 연구·산업 수준과 비교하면 주도 분야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실험 장비 구매가 끊기고 데이터 수집·알고리즘 개발에도 브레이크가 걸려 새로운 연구를 하기 쉽지 않은데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특히 ‘행동형 AI’처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He is…

1963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다. 이어 독일 본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서 ‘신경망 기반의 능동적 자율학습 모델’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국립정보기술연구소에서 머신러닝 연구를 수행하다가 1997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MIT 인공지능연구소, 프린스턴 뇌과학연구소, 뮌헨공대 인지시스템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 등에서 초빙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대 AI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정보과학회 AI소사이어티 회장과 한국인지과학회장도 역임했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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