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산물 수입제도 검토할 때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에서 식량안보 워크숍을 했다. 얼마 전 이 분야 일본 정부 정책 보고서를 쓴 교수, 언론인 등 몇 사람이 함께했다. 요즘 일본이 겪는 오렌지주스 품귀가 잠깐 화제였다. 세계 오렌지 과즙 큰손 브라질의 흉작, 계속되는 엔화 약세로 과즙 수입 가격이 뛴 게 원인이다.

그런데 전문가들 걱정은 더 나갔다. 글로벌 농식품 기업이 일본 시장 매력을 자꾸 낮춘다고 한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길어질 것 같은 엔화 약세 등을 떠올렸다. 기상이변 같은 불확실성이 커질 때 시장에 대한 비관적 판단은 국제시장에서 장기 안정적 계약을 꺼리게 해 일시적 충격에도 물량 확보를 어렵게 한다. 이런 상황이 일본 농식품 수입에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했다.



농식품 수입국은 식량안보를 위해 수입 여건 개선에 노력한다. 중국은 매년 상무부 후원으로 농산물도매시장협회가 ‘국제농산물무역전람회’를 연다. 해마다 세계 주요 수출국의 업체들을 초청한다. 중국에 농산물을 어떻게 수출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게 행사 목적이다. 중국 구매자와 수출업자를 연결하기도 한다. 14억 인구 부양을 위한 안정적 수입망 구축 노력이다. 일본도 지금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개정하는데 당연히 농식품 수입 여건 개선이 중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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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농식품 수급에 취약하다. 요즘 겪는 과일·채소 수급 불안은 예사롭지 않다. 기상이변, 농업 노동 고령화 등은 불안을 부추기는 쪽으로 움직인다. 수입 확대 주장이 일지만 지금으로는 검역 협정 미비로 문제의 과일·채소는 수입할 수도 없다. 이참에 검역 협정뿐 아니라 관세 등 전반적인 농산물 수입 제도를 식량안보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한국 농산물 평균 실행 관세율을 57%로 알렸다. WTO 회원국 가운데 제일 높다. 튀르키예와 인도가 각각 41.6%, 39.6%로 뒤따른다. 일본·중국은 13%대 수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의 ‘글로벌식량안보지수’ 농산물 수입관세 항목에서 한국은 0점을 받는다. 한국 농산물 수입 시장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30년 전 WTO 출범 당시 농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관세양허의 결과이다. 그동안 농업 환경이 많이 변했다. 자본·기술 중심 농업으로 바뀌고 경쟁력 기반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국제무역을 통한 안정적 농식품 확보가 생산 보호만큼 중요한 국가 목표가 돼야 할 때다.

한국은 국민 1인당 경지 면적이 세계 최하위권이다. 국내 생산만으로는 식량안보가 불가능하다. 국제무역의 효과적 활용이 필수다. 국내시장을 국제무역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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