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선다.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등 전방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는 만큼 반도체 생산 라인에 차질을 빚게 될 지에 관심 쏠린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연차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달 창사 처음으로 파업 실시를 결의했다. 그 일환으로 노조원들에게 이날 연차 사용을 독려해 첫 파업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전삼노 측은 지난 달 파업 결의 기자 회견에서 "1호 파업 지침으로 조합원들에게 오는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달 3일 기준 2만 8387명으로 전체 삼성전자 직원의 약 20%다.
사상 첫 파업 실시를 놓고 노조원 참여 규모에 관심이 몰린다. 규모에 따라 생산 라인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연휴였던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날인 만큼 징검다리 연휴를 노리는 직원들도 파업에 동참하는 인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로서도 첫 파업인 만큼 인원을 가장 많이 동반할 수 있는 날을 전략적으로 계산했을 것”이라며 “밖에서는 파업을 위한 연차와 징검다리 연휴를 위한 연차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파업 참여율이 높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당장 반도체 생산 라인에 타격이 갈 가능성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첫 파업이 하루에 그치는 단발성인 데다 회사도 이미 이러한 대규모 연휴로 인한 인력 이탈에 대비해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장기간 쌓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기술 등의 발달로 반도체 공장의 무인화도 이미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다.
다만 파업이 지속하거나 장기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총파업으로 이어지면 온종일 돌아가야 할 반도체 공장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전삼노 조합원의 대부분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다. 전삼노 측은 "아직 소극적인 파업(연차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 나가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