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일상 파고든 플랫폼 공룡…그 편리함에 감춰진 그림자

■아마존 디스토피아

알렉 맥길리스 지음, 사월의책 펴냄





쿠팡과 알리, 테무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저렴한 가격에 빠른 배송은 ‘유통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핑은 더욱 편안해졌고, 우리는 그 편리함에 조금씩 잠식돼간다.

하지만 이런 거대 기업들이 자본을 무기로 우리의 삶의 조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좋기만 한 일일까. 신간 ‘아마존 디스토피아’는 세계 최대의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을 소재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이면을 드러낸다.



저자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지역 격차를 더욱 늘렸고,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뿐 아니다. 조세 제도를 회피하고, 정치와 민주주의에 흠을 일으키는 악의 결정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서점을 넘어 모든 유통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사이버 세계의 클라우드도 모두 손아귀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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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물류센터는 선진화된 사업장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브로닝 하이웨이에 있던 GM 공장은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27달러와 많은 부가급부를 제공했지만, 10년 뒤 같은 장소에 들어선 아마존 물류센터는 시간당 12달러와 함께 부가급부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오직 아마존만이 지역과 주 정부가 준 혜택의 수혜자가 됐다.

이는 아마존이 노동력을 독점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GM에게는 포드와 현대차 같은 경쟁자들이 있지만, 아마존은 그렇지 않다. 고용자들 간 경쟁이 없으니 임금을 높일 필요가 없다. 이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된다.

팬데믹 기간 아마존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그 기간 동안 사상 최대 하락폭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야 할 부를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균형은 결국 정치적 혼란까지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익숙해진 용어인 ‘풀필먼트’는 아마존의 일괄처리 배송물류 시스템을 뜻하는 말이다. 아마존은 상품 뿐 아니라 사람과 도시, 국가 모두를 일괄 처리하고 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장 등이 아마존의 독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수많은 반독점 소송은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의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아마존의 사례는 반면교사의 좋은 대상이다. 2만 7000원.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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