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18일 집단 휴진’에 대해 정부가 진료명령·휴진신고명령을 내리고 업무개시명령도 예고했지만, 주요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의협 회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개원가의 경우 휴진을 결행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환자들과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상당한 불안감과 분노 속에 반발하고 있다.
‘빅5’ 등 상급종합병원, 18일 전체 휴진 동참
11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빅5’ 대형병원을 포함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18일 하루 전체 휴진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등이 속한 울산의대,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의 전면휴진에 동참한다.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 논의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교수 대부분이 18일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이 속한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8일 휴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고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후배들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 다음 세대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폭발적인 의료 부담을 줄여나가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지켜나가기 위해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정당한 주장을 하는 것임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2일 정기총회를 열어 18일에 전면 휴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혈액투석 등 필수의료 부문을 제외한 모든 진료과목이 무기한 전체 휴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도 11일 온라인 총회를 통해 다음날 오후까지 소속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거쳐 휴진 여부와 시점, 기간 등을 결정하기로 하며 ‘무기한 휴진’까지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원가는 18일 휴진 참여율 전망 엇갈려
개원가의 경우 참여 정도가 어떠할지 전망이 분분하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협이 벌인 총파업(집단 휴진) 때는 첫날인 8월 14일 휴진율이 33%였으나 같은 달 28일에는 6.5%로 떨어진 바 있다.
개원의들은 자영업자일 뿐 아니라 동네 단골 환자들을 상대하는 탓에 하루 휴진만으로도 적잖은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찬반투표에 투표율이 63.3%로 높았고 이 중 집단행동 동참 의사를 밝힌 비율이 73.5%라는 점에서 참여율이 종전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협 지도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전체 회원 서신에서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기꺼이 의료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헌 의협 부회장도 페이스북 계정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며 휴진 동참을 호소했다.
반발도 커져…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교수 휴진 협조말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휴진 당일인 18일까지 다시금 계속 확산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병원 구성원들과 환자들의 반발도 불거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붙이며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규탄했다. 대자보에는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 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교수의 진료 예약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휴진을 하려면 교수들이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의미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날 ‘의사 집단휴진에 대한 입장’을 통해 “환자 생명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가진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환자들은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12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서울의대 비대위의 전면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결정”이라며 “정당성도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즉각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