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보수·진보 간 기업 문화 전쟁 …美 기업서 ‘안티워크’ 활동 급증

보수 단체 지원 反ESG 주주제안 급증

불매운동 등으로 일부 기업 매출 타격도

버드라이트 맥주를 자랑하는 트렌스젠더 인플루언스 딜러 멀바니의 모습.버드라이트 맥주를 자랑하는 트렌스젠더 인플루언스 딜러 멀바니의 모습.




최근 미국의 주요 기업 이사회에서 진보적 의제에 반대하는 이른바 ‘안티워크’ 활동에 나서는 주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보수 성향의 단체를 중심으로 반(反)ESG의 기업 문화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 시간) “새로운 종류의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을 흔들고 있다”면서 “안티워크 활동가들이 그 주인공”이라고 보도했다. 인종·성별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깨어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 ‘워크’(Woke·깨어 있는)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사회적 다양성, 포용성 등 진보 담론에 가까운 활동들을 기업 경영에 요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자 보수 성향의 이들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실제 의결권 자문 기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말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주주 제안 중 70건이 반ESG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0건, 2020년 7건 등과 비교하면 최근 크게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특히 반ESG 제안이 늘어나는 추세는 다른 부류보다 빠르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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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새로운 주주제안은 보수 활동가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이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NCPPR)의 법률 고문인 스콧 셰퍼드는 “당파 성향이 없이 기업 경영을 선호하는 우리는 수년간의 침묵 끝에 이제 게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을 두고 보수·진보 간 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활동으로 수익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한다. 실제 미국의 판매 1위 맥주인 버드라이트의 경우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이 제기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기도 했다.

물론 안티워크 주주 제안이 주류가 됐다고 보긴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부분의 반ESG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WSJ는 “반ESG 제안은 대부분 2% 미만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올해 가장 성공적인 반 ESG 제안이 7.9%의 찬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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