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최대 48%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보도 자료를 내고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에 적용되는 관세를 기존 10%에서 21%로 잠정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유럽산 전기차에 물리는 관세(15%)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는 일괄적으로 38.1%의 개별 관세율이 부과된다.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엔 평균 21%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적으로 31%(10%+21%)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포인트의 관세율을 더 부과할 계획이다. '비협조적' 업체의 경우 관세율이 48.1%(10%+38.1%)로 오르는 셈이다. 비야디(BYD)와 지리, 상하이자동차(SAIC)는 각각 17.4%, 20%, 38.1%의 개별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상계관세는 임시 조처 성격으로 다음 달 4일부터 시행된다.
자국산 전기차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이 시장 질서를 흔든 만큼 EU가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율을 대폭 올린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EU 집행위는 이날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 공급망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EU의 BEV 생산 업체에 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추가 관세 적용 조치가 중국 전기차 업체와 중국에 공장을 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싱크탱크 킬세계경제연구소는 20% 수준의 추가 관세가 더해지면 EU에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4분의 1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U 전체 전기차 수입에서 중국산은 37%를 차지한다.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올 11월 2일까지 EU 회원국 투표에 부쳐진다. 회원국들이 찬성하면 향후 5년간 정식으로 인상된 관세가 적용된다. 다만 프랑스와 스페인은 추가 관세를 지지하지만 독일·스웨덴·헝가리는 반대하고 있다. EU 집행위의 관세 부과 결정을 뒤집으려면 이 3개 국가 외에 최소 11개 이상의 국가가 반대해야 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중부 유럽 국가가 추가로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EU의 추가 관세 부과는 시장경제 원칙을 위반하고 결국에는 유럽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중국과 EU의 경제·무역 협력과 세계 자동차 생산, 공급망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