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총리실

“환자에게는 시간이 없다" 총리 앞에서 울분 토로한 환자단체

한총리, 환자단체 간담회

"개혁 하려면 만반 준비해놓고 해야"

"이대로는 환자 다 죽어"

"필수의료 중단금지 법 통과를"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환자단체와 간담회를 하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환자단체와 간담회를 하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환자단체가 한덕수 국무총리 앞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한 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환자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태어날 때부터 희귀유전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성장 지연, 정신지체, 골격 이상 등이 특징)이라는 병을 갖고 태어난 하은이(23)의 가족인 김정애 씨가 입을 열었다.

충남 홍성에서 올라온 김 씨는 "24년 전 한 신혼부부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포기했고 제가 장애 아동 입양 신청을 한 상태라 하은이를 가슴으로 안게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기간 아이가 아프면 바로 천안 단국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며 아이의 생명을 유지해왔다"며 "인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저 자신을) 바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에서 응급 현황이 다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심장이 멎은 사람, 피가 터진 사람 등을 우선하다보니 희귀 질환자는 119 차 안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이가 몸이 안 좋아) 4월 15일 아이를 중환자실로 보내고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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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서울 용산에서 임현택 의사협회(의협) 회장도 만났다"며 "임 회장은 정부에서 대화를 안 나눈다고 하더라. 어떻게든 대화를 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저는 기다렸다"며 "하지만 서울대는 휴진을 하고 전국 병의원도 동참한다고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계속 울먹이며 말을 이어간 김 씨는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됐나"라며 "개혁을 하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아무 탈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대란이) 4개월에 접어들었다. 이대로가다가는 환자들은 다 죽는다"며 "환자들은 정부와 의사의 고래 싸움에서 등이 터지는 새우"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서 밀어붙여 달라"며 "아니면 예전 정부처럼 꼬리를 내리고 옛날처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해달라. 치료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대한민국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의료 공백에 아무 잘못이 없는 환자가 피해를 보는 고통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이 있었고 그 때 국회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중단되지 않게 하는 법이 발의됐지만 논의가 되지 않았다"며 "국회 잘못도 있지만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직무유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또 발의될 것으로 보는데,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입법이 추진되게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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