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의 윗입술이 빨갛게 부르텄다. 피곤한 기색도 숨기지 못했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 현안이 이어지는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 중앙아시아 순방으로 국내를 비워 자칫 잘못하면 공직 기강이 느슨해질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피로가 누적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17일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만큼 갈등 중재와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14일 공개된 한 총리의 사진을 보면 한 총리 윗 입술이 빨갛게 부어오른 모습이 확인된다. 총리실의 관계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입술에 물집이 잡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에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들려 의사집단행동 대비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었다.
한 총리는 보라매병원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는 무한한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법률적 제한이 부여된다”며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현장 점검은 서울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각각 오는 17일과 18일에 집단 휴진을 결의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 총리는 보라매병원 방문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전국 분만병·의원 140여곳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전국 130여곳의 아동병원이 소속된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집단휴진 불참 의사를 밝힌데 이어 대학병원 뇌전증 교수님들도 ‘아픈 환자를 두고 떠날 수 없다’며 병원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히셨다”며 “환자 곁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 국민과 환자들이 오랫동안 기억하실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한 총리는 여당의 총선 대패 이후 윤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되레 더 바빠졌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금도 총선 때 있었던 대파논란, 최근의 ‘해외 직구 금지’ 논란 등 정부의 현안 대응 역량에 의구심을 자아낸 사안과 관련해 일일이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욕심도 없는데다 두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는데도 1949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끝까지 뛰어다니고 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의 신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직후 한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사의를 반려하려 했다고 한다. 최근 거론되는 개각에서도 한 총리는 당분간 유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총리의 경우 야당(192석)의 동의가 없으면 임명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노무현 정부 때 10개월여 총리를 지낸 한 총리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2022년 5월 두 번째로 총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