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미주 지역에 새로운 공장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배송에 차질이 생기자 미국과 미주 전역에서 생산을 늘리는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셈이다.
이케아의 해외 프렌차이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터 이케아의 글로벌 공급관리자인 수잔 와이드주나스는 FT와 인터뷰에서 “홍해에서 후티 무장 단체의 선박 공격으로 인한 후유증과 싸우며 이 같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적 입지가 약한 시장 중 하나가 북미 지역”이라며 “북미에서 어떻게 우리의 입지를 늘릴 수 있을지 검토하는데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중남미도 좋겠지만 미국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북미 지역에서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뒀다.
FT에 따르면 현재 이케아가 미주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약 10분의 1만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홍해 공격처럼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기업들이 수십 년 간 아시아 공장에 의존해온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고 와이드주나스는 전했다. 실제 이케아는 지난해 11월부터 후티 반군이 선박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한 직후 “배송이 지연되고 특정 이케아 제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와이드주나스는 “(이케아의) 미국 시장이 해양 흐름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후티 반군의 공격이 앞으로 수 개월 간 운송 네트워크를 중단시키고,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다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지속적인 긴장으로 인해 양국 간의 무역이 점점 더 비싸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케아가 주요 소비 시장인 미국으로 생산 기지 이전을 고민하는 이유다. 와이드주나스는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더 불안정하고 역동적인 세상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이케아에 따르면 미주와 달리 유럽과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이미 현지에서 생산 중이다. 그리고 현지 생산 경향은 특정 국가나 무역로에 대한 ‘건강하지 않은 의존을 줄이기 위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와이드주나스는 내다봤다. 와이드주나스는 이케아가 현재 공급망 전반에 걸쳐 높은 압력을 받고 있으며 특히 가을과 겨울의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재고를 비축하려는 소매업자들의 조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재고 수준을 안전한 범위로 빠르게 조정했지만 (운송 차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후티 반군은 홍해 상선 공격은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해 지난 7개월간 거의 매일 드론과 미사일 등을 이용해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 기간 후티 반군이 공격한 선박 수는 50척이 넘는다. 전직 미 해군이자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AP에 “2차 대전 이후 미 해군이 마주한 가장 지속적이고 어려운 전투”라며 “현재 후티의 공격 강도는 미국이 매번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가기 직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