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로 인해 일본 서민의 생활뿐 아니라 일본 국가 안보 예산도 빠듯해졌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첨단 군사 장비 및 부품의 수입 가격이 당초 예산보다 비싸졌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은 감소한 영향이다.
17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증세를 통해 5년간 43조 엔(약 377조 원)에 이르는 방위비를 확보했지만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 가운데 30% 가량 증발했다며 방위 장비 조달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022년 말 일본 정부는 50년 가까이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방위비 1% 지출 원칙’을 깨고 증액을 결정했다. ‘방위비 1% 원칙’이란 1976년 미키 다케오 총리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본의 방위비 수준을 GDP 대비 1% 내로 제한하겠다며 적용한 기준을 뜻한다.
2022년 말 이 원칙을 깬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방위비 지출 비중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인 ‘GDP 대비 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대비한 전략으로 예산 대부분이 해군 함정과 초계기, 해군 전투기에 집중됐다.
하지만 역대급 엔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정책 수립 당시인 2022년 말 엔·달러 환율은 108엔이었다. 하지만 최근 엔·달러 환율은 160엔으로 수직 상승했다. 닛케이는 “엔화 가치 하락과 달러 절상은 (일본 정부의) 큰 오산이었다”고 꼬집었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들이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가격은 2018년에는 1기당 116억 엔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140억 엔을 지불해야 한다. 약 21% 오른 셈이다. 미사일 방어의 핵심이 되는 이지스 함정의 단가도 도입 계획을 세운 2020년 당시 2400억 엔에서 지금은 3920억 엔으로 63%나 치솟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1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예산이 43조 엔을 넘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한 방위력을 준비하기 위해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숫자”라며 “43조 엔의 범위 내에서 방위력 강화를 진행시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방위비 확보를 위해 법인세·소득세·담뱃세 등 주요 세목을 수년에 걸쳐 인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