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공군은 ‘위성 해킹 대회’를 위해 시험용 위성을 발사했다. 실제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을 대상으로 해커들에게 해킹 공격을 시도하도록 한 것이다. 일종의 ‘해킹 샌드박스’를 연 것이다. 그 결과 8월에 이탈리아 해커팀이 5곳의 국제 사이버 연구팀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미 공군이 위성 해킹 대회를 연 것은 위성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 특히 보안 수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위성통신 네트워크, 지상국 제어 인프라, 항행 시스템 등 정보통신망 의존도가 매우 높아 해킹에 취약하다.
임종인 대통령 사이버안보 특별보좌관은 최근 컨텍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국방외교협회가 후원한 국제우주컨퍼런스(ISS 2024)에 참석해 “만약 위성을 해킹해 정보를 빼가거나 심지어 추락시킨다면 어떤 대형 참사가 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제는 우주 분야에서 해킹에 대한 보안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정보원 등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이버 보안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특보는 “위성통신·우주탐사·지구관측 등의 우주활동이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주개발의 가속화에 따라 사이버 보안 대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우주 지속가능 비정부기구(NGO)인 시큐어월드파운데이션의 이언 크리스턴슨(Ian A. Christensen) 이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1기 때 위성 사이버 안전에 대한 정책을 세웠다”며 “우주기술의 빠른 개발 속도에 맞춰 우주안전과 보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주 정책 지침 5에 관한 메모랜덤’을 통해 우주 시스템을 사이버 안보 원칙에 맞게 수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크리스턴슨 이사는 “뉴 스페이스가 꽃 피우고 있는데 정부의 규정이 우주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우주항공청이 국내외 우주기관과 기업, 투자자에게 투자 확대에 대한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안재봉 컨텍 부사장(예비역 공군 준장)은 “이번 ISS 2024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관계자들이 참여해 사이버 안보를 기반으로 한 뉴 스페이스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