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성공 방정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기본은 ‘좋은 목에서,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물건이라도 유동 인구가 없는 목에서는 팔기가 어렵고, 반대로 좋은 목에 자리를 펴도 상품성이 떨어지면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시대에도 ‘좋은 목(접근성), 좋은 물건, 합리적 가격’이라는 기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기본을 공모펀드에 대입해 살펴보자. 우선 공모펀드는 만드는 사람(운용사)과 파는 사람(판매사)이 분리돼 있어 파는 사람의 판매 목록에 올라야 비로소 고객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의 장소는 장외에만 마련돼 있으며 고객이 상품을 손에 넣으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현금화를 할 때도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가격(보수) 이점도 크지 않다. 이런 점들이 양질의 공모펀드에도 판매 제약 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장지수펀드(ETF)는 공모펀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하는 특수한 형태의 공모펀드로서 ‘상장’이 법상 요건으로 명시돼 있다. 수요가 몰리는 상장 시장에서 고객이 직접 구매하고 이로 인해 제반 절차가 간소화된 것은 물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ETF는 투자자의 사랑을 받는 인기 상품이 됐다.
다만 ETF는 지수에 연동하는(패시브) 펀드이므로 상품의 독창성을 어필하거나 운용 역량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 대부분의 투자자들 또한 ETF를 여러 사람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집합투자 상품이 아닌 주식의 일종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ETF 외의 공모펀드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선보이는 것은 투자자로 하여금 국민의 재산 증식이라는 펀드 본연의 기능 및 시장 변동성 완충 역할이라는 액티브 공모펀드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상장 시장은 증권 계좌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모펀드가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더 쉽게 좋은 상품을 찾아서 빠르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펀드를 상장하는 것은 기존 펀드의 운용 성과와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간편한 방법으로 상품성을 담보하고 안정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아이디어다.
그동안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는 당연히 펀드 판매사 등을 통해 거래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필자가 공모펀드 상장을 얘기할 때 ‘펀드도 상장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공모펀드 상장을 통해 투자자는 여러 상품 중 목적에 부합하는 좋은 상품을 간편하게 고를 수 있고, 공모펀드 또한 좋은 목에서 판매 비용이 없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다. 공모펀드의 장내 거래가 하루빨리 실현돼 공모펀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기를, 이로써 오프라인과 온라인 및 상장 시장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