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훈급여 받으면 기초수급 탈락"…자발적 포기 4년새 45배 늘었다

"아버지 목숨값, 소득으로 잡혀"

보훈급여 인상 후 포기 잇따라

국회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90대 이 모 씨는 6·25 전몰군경 전사자의 딸이다. 하지만 올해 보훈급여를 받게 되자마자 곧바로 수령을 포기했다. 해당 수당이 소득으로 집계돼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접 포기서를 작성하는 동안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평생 받아본 적 없는 아버지의 첫 용돈이자 목숨값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 씨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유지를 위해 보훈급여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국가에 대한 희생과 기여의 대가를 ‘소득’ 취급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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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경제신문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190명의 보훈 대상자들이 40억여 원에 달하는 보훈급여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포기자 가운데 99%(1173명)는 독립·국가유공자였다.

포기자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에 보훈급여를 포기한 인원은 18명(포기 금액 총 1200만여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159명(1억 5800만여 원), 2022년 93명(4억 8400만여 원), 2023년 806명(19억 1500만여 원)으로 4년 사이 45배나 불어났다.

특히 보훈급여가 약 5% 인상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령을 포기한 국가유공자 수가 폭등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보훈급여를 포기한 이들은 총 920명으로 전체 포기자의 79%나 차지했다. 이는 총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보다 높게 잡힐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포기 사유를 분석해보니 10명 중 8명 꼴로 ‘기초수급자 조건 유지를 위해서(총 747명)’라고 답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조정수당과 참전명예수당을 제외한 보훈급여 대부분이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이달 21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등은 “국가보훈급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공헌에 대한 특별한 대가로 지급하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칙에 예외되며 소득 산정 공제가 필요하다”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장형임 기자·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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