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이 경기도 내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친환경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첫 발생 이래 이날 현재 용인·고양·화성·안산·평택·파주·광주·양주·안성·양평 등 도내 10개 지역에서 토마토뿔나방이 확인했다.
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 유충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의 잎과 줄기, 꽃을 갉아먹는다. 또한 과실의 열매꼭지 틈을 파고 들어가 2차 피해로 세균 감염을 일으켜 수확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암컷 한 마리가 평균 260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뛰어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올해 봄부터 발육에 적합한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창궐 수준에 이르렀다.
토마토뿔나방은 기존 살충제로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친환경 재배로 명성이 높은 도내 토마토 재배 농가들이 살충제 사용을 주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제시기를 놓쳐 피해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처가 늦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도내 친환경 토마토 재배농가들은 정부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이달 들어서야 교미교란제 설치(수컷 교란용), 유기농업자재 살포(유충 퇴치), 담배장님노린재 투입(천적), 포충기 설치(성충 포획)에 서둘러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제법들이 현장에서 효과가 없자 어쩔 수 없이 농약에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토마토뿔나방 발생이 실제로는 지난해였다는 일부 농업단체의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 첫 발견이 올해 3월이라는 검역 당국의 발표보다 앞선 지난해 6월 이미 파주시 농가에서 피해가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피해를 입은 농가에서는 수톤의 토마토를 폐기했지만 제한적 발생이어서 이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의 경우 전체 토마토 재배농가 130곳 중 32곳이 친환경 농법을 쓰고 있다. 이 지자체는 토마토뿔나방이 발생에 발 빠르게 대처해 피해 규모는 타 지자체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환경 토마토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해 이마저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도농업기술원은 현재 농촌진흥청의 분포조사를 토대로 농가피해 현황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지는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친환경 방제법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토마토 수확기에 들어선 상태라 한해 농사는 이미 망쳤다는 푸념이 재배농가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3월 발생 때부터 보면 현재 경남, 충남이 심각한 상태인데 경기도도 재배 면적이 넓은 만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조기 대처가 가장 중요한데 그걸 놓친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