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과 법치 파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탄압' 운운, '치외법권' 주장과 같아

법왜곡죄 도입하자며 사법부 압박도

법치 파괴되면 민주주의도 무너져





과거 독재 시절 야당 대표가 심하게 탄압받던 기억이 있다. 조봉암은 사형됐고, 김대중은 정권에 의해 납치·투옥되고 심지어 사형 판결까지 받은 바 있었고, 김영삼도 제명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야당 대표가 탄압받은 일이 있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한 탄압이라고 말하지만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현직 대통령도 불법이 있으면 탄핵을 통해 파면되고 감옥까지 가는데 야당 대표는 불법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야당 대표를 치외법권처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법치 파괴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하던 모든 것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치외법권을 말한 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를 부정하고 법원 판결을 비난하면서 이 대표의 불법을 말하는 모든 법적 절차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치외법권을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심지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뒤늦게 특검법을 발의해 원점에서 재수사를 하겠다고 하고, 법관선거제와 법왜곡죄 등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 대한민국의 수사 및 재판 체계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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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이 이 대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검찰의 회유 의혹이 있으므로 특검이 필요하다는데, 다른 국민들이 수사 대상이 된 사건에서도 회유 의혹이 있으면 모두 특검 수사가 필요한가? 그런 것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법원의 재판 절차를 통해 밝히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지 않았던가?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하면 법원이 비난받아야 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중형이 선고된 것은 왜 괜찮은가? 아니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사를 받았다. 그런데 왜 이 대표만 특별해야 하는가?

법관선거제나 법왜곡죄를 도입하자는 것이 무리한 주장임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된 제도를 대한민국에 도입하자는 것도 무리이고, 미국과 정치 문화가 다른 대한민국에서 이를 도입할 경우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문제된다는 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법왜곡죄는 직권남용죄가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규정할 의미가 없는데 굳이 이 시점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사법부에 대한 압박의 의도 이외로는 이해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 대한민국의 법치가 파괴되어도, 나아가 대한민국이 정말로 민주화 이전으로 후퇴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민주와 법치는 상호 보완이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두 개의 바퀴와도 같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법치를 파괴하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결국 민주도 파괴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에 ‘국민’이 없고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세간의 비아냥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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