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진 코스피의 상승 랠리에 단기 과열 종목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단기 과열 지정 예고는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중심으로 코스닥에서 불붙었던 투기성 자금이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6월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단기 과열 종목 지정 예고 건수는 총 1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급증했다. 거래소는 당일 종가가 직전 40거래일 종가 평균의 130% 이상, 최근 2거래일의 주가변동성이 직전 40거래일 평균의 150% 이상 등의 요건에 해당되는 종목에 대해 단기 과열 지정을 예고하고 있다. 예고 후에도 과열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동안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를 적용한다.
단기 과열 지정 예고가 반기 기준 100건이 넘은 것은 2021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면서 코스피지수가 3300선까지 올라섰는데 단기 과열 지정 예고 건수도 덩달아 174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정 예고 건수는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71건과 52건, 지난해 상·하반기에는 83건, 74건으로 줄어들었다.
단기 과열 종목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2차전지, 초전도체 관련 테마를 휩쓸었던 투기성 자금이 코스피의 중소형주로 번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 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에서의 거래 대금이 코스피보다 1조 원 이상 많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코스피가 3조 원가량 앞서는 모습이다.
올해 단기 과열로 지정된 종목들 중에는 가온전선(000500)·LS에코에너지(229640) 등 전력 설비 관련 종목들과 해태제과식품(101530)·CJ씨푸드(011150) 등 식품주들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일만 가스전 시추 계획 발표로 석유·가스 테마가 널뛰면서 한국가스공사(036460)도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다.
특정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하면서 코스피에서의 수급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달 기준 초저유동성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2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개 대비 25% 늘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확대되며 코스피가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으로 대외 변동성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상승 종목의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았던 날이 7거래일인데 이 중 세 번이 6월에 발생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