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을 향해 과도한 재정적자와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IMF는 27일(현지 시간) 미국과 연례 협의를 마친 뒤 낸 성명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재정적자가 너무 커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가하는 공공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 세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4월 전망(2.7%)보다 0.1%포인트 낮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이달 18일 올해 미국 재정적자 규모를 2월 전망보다 27% 늘어난 1조 9000억 달러(약 2635조 원)로 추산했다. 이로써 GDP에서 재정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월 전망치(5.3%)보다 1.4%포인트 높아진 6.7%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CBO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 50년간 평균 3.7%였다”며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재정적자를 3% 이하로 유지하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IMF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의 계속되는 증가를 반전시킬 긴박한 필요가 있다”며 “이런 고질적인 재정적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하고 지속적인 정책 오류(policy misalignment)”라고 지적했다. IMF가 지적한 정책 오류에는 사회보장 연금과 노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 케어’가 포함된다.
IMF는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IMF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 미국산 자재 사용 등의 정책이 무역·투자 흐름을 왜곡해 미국의 경제성장에도 좋지 않으며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MF는 “미국은 국제 무역과 투자 체계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 핵심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교역 파트너국들과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며 쟁점에는 불공정 무역 관행, 공급망 취약성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IMF는 미국이 협상을 통해 무역 상대국들과 이견을 해결하고 세계 무역 기구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IMF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 수준으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준의 자체 전망인 2026년 달성 전망보다 긍정적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바 IMF 총재는 연례회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적된 부에 따른 미국의 소비지출이 둔화되며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재정적자와 무역에 대한 IMF의 조언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미 재무부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게오르기에바 총재와의 토론에서 IMF 회원국 경제에 대한 ‘솔직하고 철저한 평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지난 몇 년간 미국 경제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