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與野 ‘방송 장악’ 정쟁 접고 K칩스법 조속히 처리하라


22대 국회가 진통 끝에 문을 열었지만 여야는 경제 살리기 입법은 뒷전으로 미룬 채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돼 있다. 국회 본회의가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에 이어 방송 4법을 처리하겠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2일 본회의 표결 개시를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토론 종결권’으로 이를 무력화할 듯하다. 이 경우 채상병특검법은 2일 상정해 3일 표결하고, 방송 4법 중 MBC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3일 상정해 4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방송 장악’ 정쟁은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 지배구조 변경과 직결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이번 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쇼를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현재 야당에 기울어진 MBC 경영진 교체를 막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방통위원장 탄핵과 방송 4법 개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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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야는 말로만 ‘반도체 산업 육성’을 외칠 뿐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처리를 위한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이 2026년까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성장 분야에 8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자칫하면 입법 지연으로 물거품이 되거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지금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이 국운을 걸고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더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여야가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더구나 방송 4법 중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담은 개정 법안들은 민주당이 2016년 야당 때 제출했다가 집권 후에는 모른 체한 전력이 있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야당의 꼼수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제 여야는 ‘방송 장악’ 정쟁을 접고 K칩스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대전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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