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능력과 사회연령이 낮은 중증 지적장애인도 보이스피싱 범행을 반복한 경우라면 ‘사기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23)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2022년 9월부터 10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 수천만 원을 전달 받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저금리 대환대출’, ‘검찰 사칭 사기’에 당해 A씨에게 적게는 770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이 지능지수(IQ)가 40점대이며 사회연령이 만 9세인 중증도 지적장애인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속아 현금수거책 일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로 현금을 수거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A씨가 중증도 지적장애인임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전력을 토대로 볼 때 사기의 고의성이 미필적으로나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쯤에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했지만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전지법은 범행에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 재판부는 A씨가 중증도 지적장애를 가진 점, 피해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고 다른 피해자가 자신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허락했던 점 등을 토대로 내린 판단이었다.
그러나 A씨가 2022년 저지른 범행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일 범행으로 수사기관과 법정에 여러 차례 출석하고,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여러 차례 범행했다”며 “공범들의 지시를 문제없이 모두 수행해 약정한 이익을 얻었고,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는 의사 표현 정도 등을 보면 피고인의 지적 수준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내용과 불법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무죄 선고를 받은 이전 범행들과 동일한 형태의 업무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돈을 목적으로 미필적으로나마 불법 행위를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