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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은 필연…핵심은 융합인재·데이터 접근

[제약시장 판 바꾸는 AI] <4·끝> 전문가 제언

협업 중요한 AI 신약개발…융합인재 양성 필요

데이터 대여·플랫폼 활성화로 접근성 높여야

수집·비용도 부담…데이터 가치 표준화 필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할때 아직까지 인공지능(AI)을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논문을 추려주거나 살펴봐야 할 후보 물질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AI 신약개발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민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AI 신약 개발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로 전문 인력 확보와 데이터 접근성을 꼽았다.



정혜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2일 “AI 신약개발은 다양한 분야 협업으로 융합인재가 필수인 분야”라며 “아직도 신약개발하는 사람들은 AI를 모르고 AI하는 사람들은 신약개발을 서로 모른다”고 지적했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역시 융합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표 부원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할 때 AI, 데이터 사이언스 등 각 분야별로 담당하는 역할이 세분화돼 있고 세분화된 인력간 협업 모델도 잘 구축되어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 제약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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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접근성도 AI 신약개발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익명화된 개인정보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데이터 호환이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질병과 처방 데이터가 함께 있어야 유의미한 정보가 되는 것처럼 통합이 필요한 데이터들이 있다”며 “익명화된 데이터는 통합이 안돼 연구에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구 시작 전 ‘스크리닝’ 단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표 부원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하우스로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어 신약개발을 할 때 단계별 가설을 세우는 등 필요할 때마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플랫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 국가 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 등 데이터 플랫폼 통합을 통한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연구자들이 일정 기간 데이터를 저렴하게 사용하거나 대여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수집과 비용도 문제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는 지적재산권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생산 주체인 병원에서 쉽게 공유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근거 데이터 없이 결과만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르기 때문에 AI 신약개발을 하다 실패를 하더라도 오답노트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매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암 종류가 300가지라면 필요한 데이터가 다 다른데 거래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며 “데이터 가치 산정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표 부원장은 AI 신약개발이 필연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도 자체 조직을 만들어 리드 물질을 찾거나 약물과 타깃이 얼마나 잘 결합하는지 확인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처럼 타깃 발굴부터 각 단계별로 AI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AI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한국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당장은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신약개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 부원장은 “연구원 차원에서 라이드 사업, AI 경진대회, 부트캠프 등 AI 인재를 위한 신약개발 콘텐츠, 신약개발자들을 위한 딥러닝 강의 등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미 앞서나가고 있는 선진국과 격차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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