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교통사고가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근처 사고 현장에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 고등학생이 추모 공간에 남긴 쪽지가 시민들을 울리고 있다.
2일 시청역 사고현장 인근에는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남긴 쪽지가 도로 가드레일에 붙었다.
연습장을 뜯어 또박또박한 손글씨로 써 내려 간 쪽지는 쏟아진 비로 인해 군데군데 물에 젖었고, 쪽지 아래에는 흰 꽃도 함께 놓였다.
이 학생은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적었다.
학생은 이어 "오늘 아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면서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라며, 유가족분들도 평화와 안심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썼다.
학생의 쪽지를 접한 네티즌들은 "진심이 와닿는다", "글씨체만큼이나 마음도 예쁘다" 등의 반응을 이어갔다.
학생의 쪽지 뿐 아니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려 놓고 간 국화꽃 사이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추모글도 남겨져 있다.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총 9명이다. 중상 1명과 경상 3명도 발생했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30~50대 남성으로, 사고 현장 인근에 본점을 두고 있는 시중은행 4명과 서울시청 직원 2명 등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