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A씨는 2남 2녀 중 장남이다. 10년 전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면서 3억 정도 자산을 물려주셨다. 유언이 따로 없으셨던 터라 본인이 장남임에도 동생들에게 베푸는 마음으로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하지만 임종 전 아버지를 잠깐 간호했던 동생은 고생한 것에 비해 충분치 않다며 욕심을 부렸다. 그 동생과는 그때 사이가 틀어져 아직까지도 서먹하다.
A씨의 사례는 대한민국 중산층이 겪고 있는 전형적인 상속 경험이다. 상속 경험자 10명 중 7명은 상속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절세 및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상속을 준비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3일 발간한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 경험자 70%가 상속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 절차상의 어려움이 전체의 46%를 차지하며 주된 원인으로 꼽혔고, 법률 및 세금 문제에 대한 지식부족(41%), 상속세 등 경제적 부담(29%), 가족 간 재산 분할 분쟁(23%)이 뒤를 이었다.
이에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중산층 사이에서는 '상속 준비'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상속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상속 준비 시점에 대해서는 노년층과 중장년층의 차이가 있었다. 상속 준비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60대는 '아플 때'라고 답한 반면, 40대는 '가능한 빨리'라고 응답했다. 연구소는 "상속 시점에 가까워져서가 아니라 미리 준비하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 준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금융사의 '유언대용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재산을 맡기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관리하다 사후에는 배우자, 자녀, 제3자 등을 수익자로 지정해 재산이 이전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상속 계획자의 67%가 은행의 상속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유언장 작성부터 요양 시설 연계 등 노후케어까지 포괄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