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존 '주주환원 우수생'도 세제 혜택 늘려준다

배당·자사주 소각 늘린 회사에

원래 배당성향 높았던 곳 추가

정부, 상속세율은 그대로 둘듯

업계 "개편 기대 못미쳐" 지적

"기업가치에 영향 미미" 우려도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정부가 그동안 주주 환원을 충실히 해온 ‘우등생’ 기업에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늘린 회사뿐 아니라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었던 상장사의 법인·배당소득세도 깎아주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투자 업계와 세무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소각을 확대한 기업과 그 주주의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안을 내놓았다. 기존 기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이는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우등생을 골라낼지 아직 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한시 도입된 배당소득증대세제처럼 세제 혜택을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해 연도 배당 성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책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증권 업계에서 주장해온 배당소득 분리 과세 전면 도입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전면 도입한다면 야당으로부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밸류업이라고 변죽만 울리고 실속은 없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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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만 해도 정부는 세율과 과세표준은 놓아둔 채 공제 한도만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 할 수 있는 선에서만 추진하겠다는 속내다. 이 경우 실질적인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제 혜택이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DB금융투자는 이번 밸류업 세제 지원책에 따른 대형 금융사 11곳의 올해 법인세 절감액을 약 1270억 원으로 추산했다. DB금융투자는 “이들의 연간 이익 규모를 생각하면 혜택이 큰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과감한 제도 개편 없이는 세제가 밸류업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며 “자사주 소각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되 소각분을 법인세법상 경비로 인정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세제를 통한 주주 환원 유도가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한 경영학 전공 교수는 “배당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자칫하면 세제가 기업의 배당 지급 결정을 왜곡하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의 기회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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