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온 K인디뷰티가 최근 들어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콘셉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화장품 제조에서 포장, 판매 전과정을 친환경 방식을 적용하거나 화장품 생산 원조 격인 유럽 현지에서 생산하는 등 브랜드 지향점을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캄·탈리다쿰·타가 등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친환경·비건 등을 지향점으로 설정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다. 웅진의 비건 뷰티 브랜드 휴캄은 전 품목이 프랑스 이브 비건 인증을 받았다. 탈리다쿰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 원료 추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타가는 모든 제품에 동물 실험 및 동물성 원료 사용을 배제했으며 한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4개 국가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화장품 주요 성분 뿐만 아니라 이를 담는 용기와 패키지 등 부자재에도 친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휴캄은 제품 패키지에 콩기름 잉크와 재생 녹차지를 사용했으며 용기에 수분리 라벨(접착제가 물에 잘녹아 분리가 잘되는 라벨)을 부착해 분리 배출 시 편의성을 높였다. 탈리다쿰 역시,단일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돼 재활용이 간편한 용기를 이용하고 있다. 타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최초로 메탈프리 펌프를 도입했으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 튜브와 종이 튜브를 제품 용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친환경과 비건에 관심이 많은 미국과 유럽에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휴캄은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 유럽 드럭스토어에 입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탈리다쿰의 복합문화공간 ‘티케이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올 3월에는 평소 K뷰티에 관심이 많은 미국 미시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타가는 영국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 본사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기도 했다. 서동희 타가 대표는 “유럽 비건 뷰티 시장 규모는 3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친환경에 진심”이라며 “미국과 일본도 클린 뷰티라는 이름 하에 비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유명 뷰티 회사들은 브랜드 규모가 작아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면 적극적으로 협업 제안을 한다”며 “러쉬 외에도 로레알 등에서도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설립 전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자연주의’ 콘셉트를 브랜드 지향점으로 설정한 사례도 있다. 뷰티 스타트업 본작이 지난해 론칭한 브랜드 셀바티코는 향수·핸드크림·바디워시 등 모든 제품을 프랑스 회사와 협력해 개발했으며 대부분 프랑스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대표 제품인 핸드크림의 경우 170년 전통 프랑스 조향회사 ‘로베르테’와 함께 1년 이상 연구를 거듭해 완성했다. 로베르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꽃 재배부터 향료 추출, 조향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이다. 이런 노력 덕에 본작은 최근 글로벌 뷰티 전문 투자사 빌라블루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셀바티코는 프랑스 그라스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배형진 본작 대표는 “로베르테, 빌라블루와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