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韓 현실정치 보인다…넷플릭스 '돌풍' 화제

실제 인물 떠오르는 설정·소재

보수·진보진영 갈등에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박경수 작가 "현실 리셋하고픈 갈망에서 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권력자는 재벌과 결탁한다. 운동권에서 활약한 남편 대신 정치에 뛰어들어 부총리에 오른다. 보수 정치인이 태극기 부대를 동원한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대통령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현실 정치 얘기냐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설정과 이야기들이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돌풍’은 설경구·김희애 주연의 정치 활극으로, 실제 인물과 한국의 정치사를 연상시키는 소재로 시청자들을 넘어서 정치권에서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플릭스패트롤 기준 한국 1위에 올라 그 인기도 입증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드라마는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 역의 설경구, 신념으로 가득 찬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 주연을 맡았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지만 재벌의 비자금을 받고 타락한 대통령 장일준 역은 김홍파가 맡았다.



드라마는 한국 현대사의 여러 편린들을 모자이크처럼 붙여 놓았다. 장일준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들을 조금씩 조합해 놓았다. 설경구의 마지막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정수진의 정치 입문과정 등은 유은혜 전 경제부총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특히 박동호의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나의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것 같다”는 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레퍼런스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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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정치권 인사들도 여러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정철승 변호사는 “현실의 사건과 인물을 함부로 짜깁기해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장영승 전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그들이 살아왔던 삶과 약자를 위해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소비하고 모욕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며 “불순한 의도와 신종 뉴라이트사상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쓰기도 했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드라마에서는 통쾌한 정의도 실현되지만 진짜 현실이 더 잔혹하고 바꾸기도 힘들다”고 썼다. 황규환 전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더 이상 586세대의 정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썼다.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의 권력 3부작을 통해 한국 사회와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 온 박경수 작가는 그 수위와 소재가 더욱 자유로운 OTT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드라마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는 현실과의 거리감을 확실히 하는 모습이다. 박 작가는 “백마 탄 초인을 드라마 속에서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권력이 아닌 몰락을 그린 드라마”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권력 비판적 요소가 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이 불합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들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설경구는 “전 작품들은 인물의 모티브가 있었는데 박동호는 저의 바람이 담긴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희애도 “이 작품은 픽션”이라며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모티브 진위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드라마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우리 현대사와 정치의 비극, 반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아끼는 대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세상,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라는 대사를 꼽았다.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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