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패권전쟁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K-반도체 및 2차전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했다. 향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은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2차전지 산업에 투자하는 ETF는 올들어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달 중 국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KOSEF K-반도체북미공급망’ 및 국내 2차전지 기업에 투자하는 ‘KOSEF K-2차전지북미공급망’ ETF를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두 상품 모두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관련 기업을 편입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패권전쟁의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먼저 K-반도체북미공급망 ETF는 ‘솔랙티브 K-반도체 북미공급망 지수’를 기초로 SK하이닉스(000660), HPSP(403870), ISC(095340) 등 15종목에 투자한다. SK하이닉스의 북미 매출 비중은 47%로 편입종목 모두 최소 20% 이상의 북미매출 비중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제재와 기존의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과 동맹국 위주로 재편 중이다. 과거 한국이 미일 반도체 갈등 속에서 수혜를 받으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최대 생산국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미 15개 이상의 국내 반도체 투자 ETF가 상장돼 있지만, 북미 매출 비중을 기준으로 활용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K-2차전지북미공급망 ETF도 공급망 재편 과정 속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편입했다. ‘솔랙티브 K-배터리 북미공급망 지수’를 기초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에코프로비엠(247540) 등 15종목에 골고루 투자한다. 2차전지 테마는 지난해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급등했지만,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등으로 빠르게 관심이 식었다. ETF체크에 따르면 18개 2차전지 ETF 중 절반 가량인 8개가 지난해 출시될 만큼 인기를 끌다 올 들어서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키움운용은 2차전지 산업이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핵심 동력원인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가 2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상황에서 K-배터리 업체들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만큼 미국 매출 비중이 큰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11월 미 대선의 각 후보들은 ‘미국 중심주의, 중국 견제’ 정책이 더욱 선명히 드러낼 것으로 보여 북미공급망 ETF는 그 속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