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유세 도중 총격 테러를 당하면서 대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총격 직후 트럼프의 건재한 이미지가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되며 가뜩이나 달아오르는 후보 사퇴론이 더욱 거세질지 주목된다.
이날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러한 모습은 첫 TV 토론 이후 고령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강력한 지도자의 상징으로 부각돼 공화당 지지층 결집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총격 이후 트럼프에 대한 응원과 지지세는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때 민주당 지지자였던 월가의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창립자는 “트럼프를 공식 지지한다”며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총격 직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후 가장 터프한 후보”라며 찬사를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테러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트럼프 동정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영향을 끼쳐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총격 사건을 바이든 행정부의 수사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가 자신을 ‘정치적 순교자’로 규정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피격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더욱 강력하게 결집시킬 뿐 아니라 보수층 내 반(反)트럼프 유권자가 더 이상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정치전략가이던 민주당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일종의 ‘순교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매우 격렬한 선거였으며 이제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론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수싸움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중심으로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이 강화하는 상황이 외려 바이든 대통령 중심의 결집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후보 사퇴 주장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수차례 총성이 울렸는데도 부상이 경미한 데다 추가 충격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담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