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거론되는 인수가액은 230억 달러(약 31조 7000억 원)로 성사된다면 구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공격적인 M&A로 클라우드 경쟁사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를 따라잡는 한편 보안 위협 대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위즈와 인수합병 논의를 나누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즈는 이스라엘에서 설립해 뉴욕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보안 업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안 위협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아마존 AWS, MS 애저에 이어 업계 3위인 구글 클라우드 보안 강화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위즈는 2020년 설립돼 채 5돌을 맞지 않은 신생 기업이지만 포춘 100대 기업 중 40%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모건스탠리·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위즈 고객사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3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올 초 기준 기업가치가 120억 달러에 달하는 ‘데카콘(가치 10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다.
위즈 인수가 성사된다면 구글 사상 최대 규모의 M&A 기록이 다시 쓰여진다. 기존 구글의 최대 M&A 기록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상 기업은 모토롤라모빌리티로 당시 총액은 125억 달러였다. 2위 기록은 2022년 이뤄진 보안 업체 맨디언트로 인수가액은 54억 달러였다.
구글은 타 빅테크 대비 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 매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한 유튜브도 2006년 당시 인수가는 16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M&A에 거액을 쓰지 않는 구글이 위즈에 관심을 갖자 테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WSJ는 “구글은 2조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지녔으나 타 빅테크보다 보수적인 M&A 기조를 지녔다”며 “MS처럼 큰 규모의 인수를 피해왔다”고 전했다. MS는 링크드인을 260억 달러에, 액티비전블리자드를 750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다만 구글이 M&A를 통한 몸집 확장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다. 구글은 최근 소비자관계관리(CRM) 기업 허브스팟을 350억 달러에 인수하려 하기도 했다. 거액의 ‘실탄’을 들고 있고 매물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규제 당국이다. 검색과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 규제에 직면해 있어 M&A를 선뜻 추진하기 힘든 것이다. WSJ는 “구글은 미 법무부로부터 검색 반독점 소송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광고 사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과 관련한 지적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