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의 설계자’로 불리는 삼봉 정도전, 조선 후기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약 700년 세월을 아우르는 59명의 글과 생각을 돌아보는 시리즈 책이 나온다.
창비는 ‘창작과비평’ 창간 6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를 내놓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1권 정도전부터 30권 김대중까지 매년 10권씩 총 30권으로 구성된다.
이날 공개된 1차분 10권에는 △정도전 △세종·정조 △김시습·서경덕 △함허기화·청허휴정·경허성우 △이황 △최제우·최시형·강일순 △김옥균·유길준·주시경 △박은식·신규식 △안창호 △박중빈·송규 등이 포함됐다.
이번 시리즈의 간행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사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친 이들을 선정해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총 30권으로 계획된 시리즈는 2020년 12월 시작됐다. 백낙청 교수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백민정 가톨릭대 교수,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등 10명이 모여 간행위원회를 꾸렸고 5∼6개월간 누구를, 어떻게 다룰지, 순서는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백민정 가톨릭대 교수는 “K문화, K역사 등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지적 자원, 즉 한국의 사상이 무엇인지를 주목하고 함께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정도전, 이이, 이황, 정약용 등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부터 조선시대 왕, 여성, 문학가, 정치인, 종교인 등 다양한 인물을 망라했다. 기존의 사상 선집과는 다른 부분이다. 각 책은 사상가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편저자로 위촉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저작 가운데 핵심 저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풀었다. 그의 삶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글을 ‘서문’으로 실었다.
내년 상반기에 나오는 2차분에는 조광조·조식, 이이, 김구·여운형, 한용운·신채호 등이 포함된다. 임형택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한 점, 통일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행동했던 지성을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익주 교수는 향후 과제로 “인물 순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동시대 다른 나라 사상가들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