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도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처럼 다른 아파트에 중복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민간이 시행하는 사전청약 단지들의 사업 지연과 취소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올해 1월부터 잇따랐는데도 정부가 이제서야 ‘뒷북 구제책’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다른 단지에 청약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개정 규칙은 이르면 9월부터 시행한다. 현재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는 다른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수 없다.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앞당긴 것으로 건설사가 토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한다.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7월 수요 분산을 위해 재도입했으나 사업 지연 및 취소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는 올해 5월 3년 만에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 본청약을 시작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24개, 가구 수만 1만 2827가구 규모에 달하자 국토부는 이미 폐지한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급하는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다른 아파트에 중복 청약이 가능한데 이를 민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사업이 취소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물론 아직 본청약을 시작하지 않은 당첨자들도 9월부터 청약 제한이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민간 사전청약 단지의 사업 취소가 올해 1월부터 잇따랐던 만큼 정부가 늦장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까지 사전청약을 진행한 뒤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전국에 총 5곳, 1510가구에 달한다. 토지 공급자인 LH는 재공급을 통해 새로운 시행사를 찾을 계획이지만 공사비와 이자비용이 급등한 데다가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는 등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구제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자들에게 이를 시행하는 조건으로 토지를 매각한 만큼 정부에게도 사업 무산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경기 파주운정3지구 3·4블록 주상복합 대책위원회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청약 요건인 혼인 기간이 지나거나 소득이 높아진 경우, 노부모 부양으로 당첨됐지만 그 사이 부모님이 별세하는 등 당첨자가 청약 자격을 잃은 사례가 많다”며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향후 공개입찰로 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때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을 승계하는 조건부 매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