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가 폭등하면서 이 회사의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가 ‘엔비디아 후광’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캠퍼스’가 “엔비디아의 폭발적 수익이 지역 부동산 산업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몇몇 중개업자들은 집값 상승이 엔비디아와 무관하다고 반론을 제기했으나 올해 1월 샌타클래라의 평균 분양가가 2014년 대비 115% 급등한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엔비디아가 실리콘밸리의 중심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샌타클래라에 대한 관심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샌타클래라를 포함한 실리콘밸리가 정치 변화의 진원지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년 전 대선 당시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득표율이 73%로 트럼프 후보(25%)를 압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텃밭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최근 피격된 뒤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개 지지 표명 등 변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샌타클래라는 엔비디아 외에도 인텔·AMD·마벨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들의 본사가 밀집한 곳이다. 1970년대부터 쓰이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반도체에 사용되는 규소(Silicon)와 샌타클래라 계곡(Valley)을 합친 말이다. 변화·혁신과 관련성이 깊은 샌타클래라가 이번 대선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곳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WP는 실리콘밸리 부호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AI·가상자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정책에 반발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가 ‘탈(脫)바이든’의 주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우리 정치권도 규제를 남발하다간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