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르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이 같은 지원은 소비 진작 효과가 불투명하고 재정 건전성만 나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민주당이 내놓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시 최소 12조 8193억 원에서 최대 17조 9471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야당의 법안 발의에 따라 예정처가 계산한 수치다. 중앙정부가 80%, 지방자치단체가 20%를 분담한다고 가정했다.
문제는 최근 나라 곳간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걷힌 국세수입은 15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1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56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10조 원대의 세수 결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5월 기준 누적 74조 4000억 원 적자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으로 지출이 크게 늘었던 2020년 1~5월(-77조 9000억 원)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정부 부담은 더 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정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따른 필요 재정을 최대 17조 9471억 원으로 산정하면서 상품권 발행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각 지자체별로 발행 방식에 차이가 있어 비용 증가 폭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국민 5000만 명 중 4000만 명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쓰지 않고 있다며 추가적인 비용과 사용 시 번거로움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비 진작 효과도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은 정부의 이전지출이다. 학계에서는 재정 정책 중에서도 이전지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특히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종웅 대구한의대 통상경제학부 교수는 “똑같이 지역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도 투자 지출보다 GDP에 기여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정부 이전지출이 1원 늘어난 뒤 3년간 GDP는 연평균 0.33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 소비(0.91원)와 정부 투자(0.86원)보다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2021년 긴급재난지원금과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지원금의 19.2~36.8%만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와 달리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예산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여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상품권 발행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체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는 상품을 다른 지역에서 들여와야 한다”며 “만약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해도 최종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외부 지역에 공장을 둔 기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