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상황을 더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1년 전 불의의 사고로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몽골 환아의 어머니가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의료진들에게 남긴 감사편지의 일부다. 한 살 때 아이가 당한 사고로 어려움에 처했던 몽골의 일가족은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일상을 되찾았다.
22일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 따르면 심한 화상을 입은 후 몽골 현지 치료가 힘들어 한국을 찾았던 다미르(만 2세)가 지난 15일 회복된 모습으로 몽골에 돌아갔다.
다미르는 한살에 불과했던 지난해 마당을 돌아다니며 놀던 중 사고로 화상을 입었다. 중심을 잃으며 넘어진 순간 하필이면 마당 한쪽에서 우유가 펄펄 끓고 있던 냄비에 빠진 것이다. 얼굴과 가슴, 양쪽 팔에 심각한 3도 열탕화상을 입은 다미르는 사고 직후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빠르게 응급실을 찾은 덕에 목숨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치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수차례에 걸쳐 피부 이식수술을 받고도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허벅지, 입 주변 피부가 오그라들면서 걷거나 먹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손가락 등이 갈수록 오그라들면서 밤에는 극심한 고통으로 잠도 자지 못했다.
다미르의 부모는 더 이상 치료가 힘들다는 의료진의 말에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화상전문병원으로 아이를 옮기고 치료를 이어갔다. 다마르의 가족들 모두 고향을 떠나 병원 근처에 자리를 잡았고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대신 병원 근처에 직장을 구해 지극정성으로 다미르를 돌봤다. 벌이가 줄어든 데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며 경제적인 어려움은 날로 커져만 갔다. 의료기술과 장비의 한계로 다미르의 상태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기적이 찾아온 건 안타까운 다미르의 소식이 몽골을 넘어 한국에 닿으면서다. 평소 몽골 중소기업청과 업무적으로 교류하던 동대문구의회가 다미르의 상황을 인지하고 해외 화상환자 초청수술을 지원하고 있는 한강성심병원을 떠올린 것. 동대문구의회의 부탁을 받은 한강성심병원이 다미르를 초청하기로 하고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기로 결정되면서 일사천리로 후속 절차가 이뤄졌다.
지난 5월 한국에 입국한 다미르는 곧바로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 입원했다.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가 직접 다미르의 손과 손목, 팔까지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맡았다. 망가진 손가락의 피부조직을 떼어내고 다시 봉합했다. 얼굴에서 흉터가 남은 피부조직을 떼어낸 다음 피부를 다시 이식한 결과 입의 구축이 완화되어 수월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2개월간 꾸준히 재활하며 서고 걷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이 교수는 “수술이 시급했던 다미르가 한국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몽골에 돌아가서도 건강하게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림화상재단은 다미르와 가족이 몽골로 돌아가기 전 화상 흉터 치료를 위한 맞춤형 압박옷을 선물했다. 압박옷은 상처가 아무는 부위에 적당한 압력을 가해 피부의 원활한 회복을 돕는다. 가려움증과 통증을 완화할 뿐 아니라 살이 오그라들거나 부푸는 것을 방지하고 아무는 과정을 도울 수 있다. 압박옷은 한강성심병원 의료진과 사회사업팀, 화상경험자로 구성된 압박옷 전문 기업 ‘피지랩(PGLab)’이 제작했다. 재활의학과 교수, 작업치료사 등 화상전문가가 환자의 신체 사이즈 측정하면 화상경험자로 구성된 제작팀이 손수 압박옷을 만든다. 화상 전문가들와 경험자의 화상 회복 경험이 녹아있는 맞춤옷인 셈이다.
압박복을 전달받은 다미르의 어머니 사티굴 씨는 “의료진의 정성스런 치료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저희 가족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병원이다. 지난 2009년부터 한림화상재단과 함께 해외 화상환자 대상 무료진료 및 초청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1105명의 환자에게 무료진료를 제공했으며 해외 현지에서 수술을 받은 97명 외에도 59명 국내 초청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