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가 지나 더 이상 걷을 수 없는 세금의 규모가 최근 2년간 4조 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5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 대비 9조 원가량 부족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소 10조 원대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4조 원이 넘는 체납 세액을 걷지 못하는 셈이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국세징수권 시효 만료 체납 세액은 2조 4251억 원에 달했다. 2022년 1조 9263억 원을 더하면 2년 동안 4조 3514억 원이 없어진 것이다. 202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8조 5004억 원에 이른다.
2013년 개정된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5억 원 이상의 국세는 10년, 5억 원 미만은 5년이 지나면 징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 시효가 만료된 체납 세금은 2013년 22억 원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늘어 2020년 1조 원을 돌파한 뒤 2021년 2조 8079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체납 세금 106조 597억 원 가운데 83.3%(88억 3106억 원)가 ‘정리 보류 체납액’이다. 정리 보류는 아직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았지만 국세청이 체납자 소재나 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사실상 강제 징수를 포기한 국세를 말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징수 가능성이 큰 ‘정리 중 체납액’은 16.7%(17조 7491억 원)에 그쳤다. 국세청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체납추적전담반 운영 및 지방국세청과 세무서 간 업무 협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않다.
정부 안팎에서는 소멸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소멸시효를 최대 20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정 의원은 “고액 체납자가 소멸시효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인 세무 행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