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6년간 국정 운영을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28일(현지 시간)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과 새로운 정권 창출을 내건 ‘반(反) 마두로 진영’ 간의 대결로 압축된다. “패배하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발언으로 유혈 사태 우려까지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가 선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대선 투표가 진행됐다. 총 10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좌파 성향인 마두로 대통령의 3연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2013년부터 집권 중인 마두로 대통령은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친정부 성향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54.2%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24.1%)를 크게 앞서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 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할 경우 장기 집권 체제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베스 정권은 2009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철폐했다. 따라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야권 탄압을 통해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은 차베스 정부 시절부터 25년을 이어온 ‘좌파 독재 정부 종식’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부패 혐의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대신해 출마한 민주야권연합(PUD)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경기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로 석유 수출이 제한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60%에 달하고 2018년도에는 6만 5000%에 이르는 초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전 국민의 35%가 선거 후 3개월 내 해외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민간 여론조사 기관인 클리어패스스트래티지와 콘술토레스21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지지율은 56%로 마두로 대통령(35%)을 크게 앞서고 있다. 다만 최근 유세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내가 패배하면 나라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발언해 선거 결과에 따라 내전 등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군과 언론을 장악한 마두로 정권의 득표율 조작 등 부정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주변국들은 불공정 선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투표 감시단을 파견하는 등 선거 결과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