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년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쳐 한국은행의 긴축 효과가 반감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9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46%포인트 내린 연 2.978%에 마감했다. 이는 2022년 5월 30일(2.942%)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0.062%포인트 하락한 연 3.046%로 장을 마쳤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055%포인트 떨어진 연 2.990%, 연 3.057%에 마감했다. 5년물 역시 2022년 4월 1일(연 2.942%) 후 처음으로 연 2%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월 말 3.552%로 최고치를 찍은 뒤 이달 초 3.2% 밑으로 내려왔다. 13일에는 3.1% 선이 깨졌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 하락을 국내외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미국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노동시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9월 미 기준금리가 현 5.25∼5.5%보다 낮을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지금보다 0.25%포인트 인하된 5.0∼5.2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85.8%로 높지만 4.75∼5.0% 전망도 13.8%로 1주일 전(4.1%)보다 3배 이상 커졌다.
국내에서도 내수 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 밑으로 내려왔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내수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연내 세 번까지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에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도 덩달아 높아졌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 국채 선물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긴축재정 기조하에서 수요에 비해 국내 국채 공급이 적은 것도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여태까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국고채 금리가 저점에서 30%가량 빠지는 경우가 다섯 번 중 세 번은 있었다”며 “3년물 기준으로 2.67%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에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면 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통화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내수만 보는 게 아니라 부동산과 환율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두루 살펴야만 한다”며 “내수만 갖고 금리를 내리자고 하면 한쪽만 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