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은행판 챗GPT, 내부망에 갇혀…'속도 2배 AI' 고객은 못써

[리빌딩 파이낸스-K금융, 테크 혁신 골든타임 잡아라]

<상>디지털전환 막는 망 분리

은행권 자체 생성형AI 만들어도

망분리 탓 고객 대상 서비스 한계

美·日, AI로 자산관리·업무개선

韓은 챗봇 등 일부 기능에만 활용

규제풀고 AI투자 면책 확대해야





국내 한 금융그룹이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자체 개발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는 금융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히든카드다. 최근 진행한 테스트에서도 업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현재 내부용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금융사 내부와 외부망을 분리해야 하는 규제 탓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쓰이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금융사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 센터에 구축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우선 활용해 규제 적합성을 확보하는 등 대안을 통해 챗GPT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가 내부용에 그치는 현상은 망 분리 규제 적용을 받는 국내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생성형 AI를 접목해 테크 혁신에 속도를 높이는 사이 한국 금융권은 망 분리 규제에 갇혀 혁신 골든 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K금융의 AI 혁신을 늦추는 망 분리 규제를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들은 생성형 AI를 상품 서비스 △개발 △마케팅 △고객·운영 관리 △리스크 관리 등 금융업 밸류체인 전반에 적용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챗GPT에 기반한 모건스탠리 AI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의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이 자문을 요청했을 때 해당 AI가 은행의 연구 보고서와 문서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필요한 정보를 은행의 상담 서비스 직원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를 통해 직원은 시간을 절약해 더 많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고객 관련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후속 e메일을 생성하는 ‘디브리프(Debrief)’라는 도구를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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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즈호는 지난해부터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시스템 설계 계획과 감사 프로세스의 오류·누락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고, 호주 웨스트팩은 개발자들의 코딩 프로세스의 개선 작업에 생성형 AI를 시험 적용하고 이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를 보면 △챗봇 고도화 △이상 거래 감지 △업무 효율 향상 등 일부 기능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머신러닝 등 기존 AI 기술을 활용한 것일 뿐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금융권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은 망 분리 규제다. 외부망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부망과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데 금융 기업의 경우 엄격한 망 분리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효율적인 기술 활용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진 우리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망 분리 규제하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생성형 AI 그 자체를 쓰는데도 비효율이 발생하고 추가로 AI를 잘 쓸 수 있게끔 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어렵다”며 “생성형 AI 도입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디지털 금융에 있어서도 망 분리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의 AI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외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금융사들이 AI 인프라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면책 범위를 넓히는 등 과감한 시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때”라며 “금융회사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자회사 소유 한도 규제를 완화하고 겸영 및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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